
왜 샀을까? 아이와 시작하는 소비 교육
택배함 앞에서 시작하는 경제교육
택배함 앞에 도착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물건을 기대하거나 궁금해하곤 한다. 이건 누구 거야, 뭐가 들었어라고 묻는 그 순간이 바로 경제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된다. 그럴 때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건 왜 샀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소비의 이유를 되짚어보게 한다. 예를 들어, 택배 박스를 열었더니 주방용 행주가 들어 있었다면, 집에 행주가 모자라서 샀어. 오래 써서 너덜너덜해졌잖아. 필요해서 산 거야 하고 설명해준다. 이런 대화는 필요한 소비와 단순한 욕구에서의 소비를 구별하는 감각을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심어준다.
반대로, 예쁘고 반짝이는 소품이 들어있다면 아이도 금세 흥미를 보인다. 엄마, 이거는 왜 샀어 예뻐서야 이럴 때 나는 예뻐서 샀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마음이 기분 좋아지잖아. 이런 걸 원하는 것이라고 해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는 필요와 욕구라는 경제 개념을 생활 속에서 쉽게 나눌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택배함에 갈 때마다 반복되는 이 대화는 아이에게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익히게 만든다. 또한 내가 소비할 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소비 전에 생각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된다. 이건 꼭 필요해서 산 걸까, 다른 걸로 대신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질문들이 아이의 마음속에서도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런 습관은 결국 돈을 쓰는 데 있어서 계획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기초가 된다. 어릴 때부터 왜 샀는가를 묻고 이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커서도 충동구매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소비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돈은 보이지 않는 교환 수단이라는 개념 이해시키기
택배가 도착하면 물건이 눈앞에 있지만, 돈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이게 가장 신기한 지점이다.
엄마, 이거 공짜야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지만,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한 경제 개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공짜는 아니야. 엄마가 핸드폰으로 돈을 보냈어. 눈에는 안 보이지만, 엄마가 일해서 번 돈을 이 물건과 바꾼 거야 여기서 나는 돈이라는 것이 단순히 종이나 동전이 아니라,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교환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택배를 통해 우리가 무형의 돈으로도 물건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아이와 함께 역할극처럼 놀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빈 상자에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넣고, 내가 가상의 택배 아저씨가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이 장난감은 만원이에요라고 말하면, 아이는 가상의 돈을 주는 척하면서 물건을 받아간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다는 개념을 구체화시키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또한, 아이에게 이 물건을 사려면 엄마가 몇 시간을 일해야 할까라는 질문도 던져본다. 아이가 아직 정확한 시간 개념은 없더라도, 이거 하나 사려면 엄마가 두 시간은 일해야 해라는 말에 아이는 점차 노동과 돈, 그리고 소비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돈이 보이지 않더라도 쓰이고 있다는 점을 자주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아이가 스스로 온라인 결제를 하게 되는 시기가 와도, 돈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지할 수 있다. 이는 미래의 금융교육까지 이어질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사지 않아도 괜찮아는 선택의 힘을 키우는 말
택배를 함께 뜯다 보면 아이도 당연히 나도 이거 갖고 싶어, 이거 사줘라는 말을 한다. 그럴 때 나는 되도록 그래, 다음에 생각해보자 혹은 이건 안 사도 괜찮을 것 같아라고 말한다.
사지 않아도 괜찮아는 아이에게 중요한 선택의 힘을 알려주는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소비 유혹 앞에 놓인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튜브, 광고, 친구들 사이에서 보고 듣는 물건들에 대한 욕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항상 원하는 걸 가질 수는 없다는 현실을 아이가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택배 박스를 열었는데 엄마의 화장품이 들어 있었다고 치자. 아이가 엄마는 샀잖아, 나도 하나 사줘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엄마도 이거 몇 번이나 고민하고 샀어. 그리고 이건 엄마가 꼭 필요해서 산 거야. 너는 지금 꼭 필요한 거 있어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아이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점점 무조건 갖고 싶은 것과 지금 꼭 필요한 것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자란다.
또한, 사지 않아도 괜찮아는 금전적 여유와 상관없는 말이라는 것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돈이 없어서 안 사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필요 없으면 안 산다는 태도가 아이에게 내면화되어야 한다. 이 말은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고, 절제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연결되는 말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모든 걸 사줄 수는 없지만, 가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준을 가르칠 수 있다. 택배함 앞, 사소한 순간 속에서도 아이는 배우고 있고, 부모는 가르칠 수 있다. 단 한 번의 이건 왜 샀을까, 지금 꼭 필요한 걸까, 사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아이의 평생 소비 습관을 좌우할 수 있는 씨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