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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나눔함,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유 시작

by 일상록이 2025. 4. 23.

아파트 나눔함,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유 시작

아파트 나눔함,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공유 시작

 

 


택배함의 변신, 공유의 시작


 우리 아파트는 평소에도 택배 물량이 많은 편이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 가득 쌓여 있던 박스들이 이제는 택배 전용 보관함에 정리되어 조금은 깔끔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입구 근처에는 누군가 놓고 간 작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중에는 새것 같은 물건도 있고, 간단한 생활용품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다. 누군가 버리기에는 아깝고, 또 필요 없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몇몇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작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택배함의 일부를 ‘나눔함’으로 활용해보자는 것이었다.

택배함은 이미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위치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특히 우리 단지는 가족 단위의 거주자가 많아 아이들 물건이나 생활잡화 등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처음에는 과연 누가 사용하려 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주민 게시판에 시범적으로 안내문을 붙이고 일주일간 반응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첫날부터 몇몇 분들이 작은 인형, 아이용 마스크, 포장도 뜯지 않은 문구류를 넣어두었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바구니는 금세 채워졌고, 그 옆에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고 쓴 메모가 붙어 있었다.

우리 아파트의 공유 프로젝트는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다. 물건 하나 나눈다고 크게 달라질까 싶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은근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안 쓰는 컵세트를 놓아두었고, 어떤 분은 초등학생용 책을 정리해 두었다. 사용된 물건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거부감도 없고,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나눔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작은 실천이지만, 공동체의 따뜻함을 되살리는 시작이었다.

 

 

 

공유함 운영의 노하우와 실제 반응


 공유함이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아무렇게나 물건을 넣고 가져가는 방식이 되면 금세 무질서해지고, 결국 쓰레기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단지는 운영 초기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을 세웠다. 첫째, 음식물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넣지 않기. 둘째, 고장 났거나 누가 봐도 쓸 수 없는 물건은 제외하기. 셋째, 되도록 깨끗하게 정리해서 비닐이나 상자에 담아 둘 것.

이 규칙들은 입구 게시판과 단지 앱 커뮤니티를 통해 안내되었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다. 어떤 분은 “아이 장난감 정리하다가 아깝던 것들인데 덕분에 버리지 않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하셨고, 또 다른 분은 “필요했던 연필깎이를 우연히 발견해서 감사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1인 가구나 신혼부부처럼 짐을 최소화하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이런 나눔이 작지만 실용적인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공유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관리가 되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장이 될 거라는 우려였다. 실제로 운영 초반에는 한 번 고장 난 가습기가 놓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고, 입주자 대표회의와 협의하여 2주에 한 번 정리 담당자를 두었다. 자원봉사 형태로 돌아가며 관리하는 방식인데, 생각보다 참여 의사가 많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공유함이 활발하게 이용되면서 또 하나 좋은 변화는, 주민들끼리 대화의 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놓았는지, 어떤 물건이 인기가 있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레 인사가 오가고, 어색하던 이웃 관계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물건을 나누는 것이 결국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작은 바람


지금까지는 나눔함을 택배함 옆에 바구니 형태로 운영해 왔다. 간단하고 부담 없이 물건을 넣고 가져갈 수 있어 좋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인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작은 선반장을 설치해 종류별로 나눠 정리하거나, 사용 가능한 시간대를 지정하는 방식 등이다.

또한 계절별로 테마를 정해 나눔 캠페인을 열어보는 것도 계획 중이다. 봄에는 아이들 학용품, 여름에는 여름용품, 겨울에는 방한용품처럼 주제를 정하면 보다 효율적인 나눔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자율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강제는 없지만, 소소한 이벤트나 간식 제공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라는 점이다. 우리는 거창한 계획 없이 시작했고,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 존중하며 조금씩 다듬어가고 있다. 나눔함이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가 자리 잡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제안하고 싶다. 여러분의 동네, 아파트, 빌라에도 이런 작은 나눔함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처음에는 어색하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실천이 될 수 있다. 자원을 아끼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 나눔함이 더 널리 퍼지길 바란다.